大統領 시계의 정치경제학
朴대통령 시계 30만원대 거래
國産 로만손, 작년 예산 3억원
박정희 前대통령 시계는 55만원
"열성 지지자 많을수록 값 올라… 노태우·김영삼 前대통령은 시계 제작 남발해 값 떨어져"
박근혜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대통령 시계'가 최근 중고 물품 시장에서 중고가(價) 3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 18일 한 인터넷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박 대통령 시계 관련 글은 며칠 만에 조회 수 수백 건을 넘겼다. 글을 올린 판매자는 "이렇게 문의 전화가 빗발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박 대통령 시계가 고가로 거래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 시계는 5만원 내외에 팔렸다.
박근혜 대통령 시계가 비싸게 팔리는 것은 우선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직후 기념 시계를 만들어 대량으로 배포해왔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는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과시할 용도로 잘못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을 자제했고, 작년 8월 독립 유공자들에게 나눠준 것을 계기로 소량만 만들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대면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직위가 높다고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수석비서관·비서관도 모두 똑같이 한 세트씩만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시계가 지급되긴 했지만 역시 소수였다. 박 대통령 시계 제작 업체는 로만손(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지난 1월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한 해 동안 시계 제작에 예산 3억800만원(1개 3만~4만원 추정)을 썼다.
역대 대통령 시계 중고 매매 가격. 박 대통령 시계 값이 높은 것은 열렬한 지지자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박 대통령 시계를 구매했다는 한 구매자는 "박 대통령을 좋아해서 사려고 했다"며 "가격이 계속 올라 파는 사람들이 50만~60만원씩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시계는 올해 초 15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6개월 새 두 배로 올랐다.
역대 대통령의 시계는 '비매품'으로, 중고 물품 시장이 아니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 제작된 추산 물량, 대통령의 인기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시장 가격이 형성된다. 원가는 3만~4만원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 프리미엄'이 붙어 수십만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지금까지 중고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시계는 1978년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 기념 시계로, 지난 6월 55만원에 한 수집가에게 낙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는 8만~25만원 수준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계는 3만~15만원, 이명박·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시계는 4만원 내외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는 "대체로 열성 지지자가 많은 대통령의 시계 값이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은 시계 제작을 남발해 가격이 저가에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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